말 한마디로 3,000만 원을 번 사연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수강생 한 분이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건물을 사기로 한 손님이 갑자기 마음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계약금은 받았으니 그대로 끝내야 하는지, 손님을 다시 한번 설득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그동안 공들인 계약이 수포가 되는 것이 안타까워 내게 상담을 요청한 것이다. 마음을 바꾼이유가 건물을 사는 대신 꿈을 이뤄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나는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기로 했다. 건물을 사려던 손님은 과거에 카센터를 운영하던 사람이었다. 꽤 오래 사업을 잘하고 있었는데 병으로 사업을 내려놓게 되었다고 한다.
계약을 하려는 자의 심리파악
잘 운영하던 카센터를 정리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후 건강을 회복하고 다른 카센터의 직원으로 들어가 일하며 갖고 있던 재산을 합쳐 건물을 사고자 했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건물을 발견해 계약하려던 순간, 오래전 이루다 만 사장으로서의 꿈이 불현듯 기억난 것이다. 사연을 들은 나는 수강생에게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수집하고 다시 대화하자고 했다.
카센터를 운영할 때 예상 수입은 어떨지, 지금의 수입은 어떤지, 건물을 사게 되면 월세 수입은 어떻게 되는지 등 수익과 관련해 모두 알아 오게 했다.

고객의 입장에서 이득이 되는 점을 찾는다.
그렇게 해서 얻은 정보로 나는 상황을 한 발짝 떨어져 살펴보았다. 확인해보니 그가 카센터를 운영하던 사장 시절 벌어들인 순수익은 월평균 700만 원 정도였다.
그리고 매입하려던 건물의 월세는 250만 원, 현재 카센터 직원으로 일하면서 받는 월급이 400만 원이었다. 합이 650만 원, 다시 말해, 700만 원과 650만 원으로 프레임을 좁히면 좀 더 문제가 단순해진다.
이 모든 건 내가 그 손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두고 생각해본 내용이다. 나라면 건물을 살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내가 느낀 진심을 토대로 손님에게 그대로 들려주라고 수강생에게 말했다.
단 한번에 할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끊어가며 상대방이 맥락을 따라올 수 있게 소통해야 한다고 전했다. 제가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잘 되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때 몸도 아프셨는데 이렇게 극복하시고 열심히 사시잖아요. 그래서 사장님 입자에서 생각해봤어요. 저라면 어떻게 할까 하고요. 처음엔 카센터를 차린다면 사장님 소리 들으며 직원도 거느리고 꿈도 이룰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응원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러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제 업무 특성상 회사 대표님들을 많이 만나는데, 그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할 때가 많아요. 직원들은 그냥 할 일 하고 월급 받으면 되지만, 사장님들은 쉬어도 쉬는 게 아니고 365일 사업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설득하려면 저라면, 직업 특성상이라는 말을 함께 사용한다.
마케팅, 회계, 월세, 직원 관리 등 이걸 혼자 다하려니 얼마나 어깨가 무거울까 싶어요. 그래도 돈이라도 많이 벌면 할 만하니까 한번 따져봤는데, 그거 아세요? 지금처럼 직원으로 일하시면서 건물의 월세 받는 것하고 50만 원 차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다시 한번 생각해봤어요.
카센터를 하면 다시 사장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꿈도 이루니까 좋지만, 건물을 가지면 건물주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니까 그게 더 희소성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
게다가 잠깐 건강을 잃어보셨으니 건강을 챙기면서 퇴근해서 편하게 TV도 보고 가족들과 맘 놓고 여행도 다니고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
우리 사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나중에 건물 시세가 오를 것까지 생각하면 후자 쪽이 어떨까 싶어요. 사실 이 말 엔느 설득의 요소가 고르 들어 있다.
첫머리에서 상대방의 생각을 지지해주고 내가 당신이라면 이라는 말로 같은 편이라는 느낌과 신뢰를 준다. 그리고 제 업무 특성상이라는 단어는 말에 객관성을 부여한다.
상대의 말을 반박하지 말고 상대 입장에서 듣는다.
이런 화법에 정보를 바탕으로 한 수익 비교까지 보여주니 하나의 강력한 설득 내러티브가 완성되었다. 마침내 그 손님은 자신의 결정을 번복해 건물을 사기로 했다.
둘 다 장단점이 있지만 수익을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깨닫게 한 것이 주효했다. 대부분 사람은 고객에게 자신과 다른 입장의 말을 들으면 일단 반박하느라 애를 쓴다.
문제는 반박을 듣다 보면, 고객은 팔려고 설득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부터 받는다. 그로 인해 고객의 마음은 더 쉽게 떠나간다. 쓸까 말까 망설였는데 덧붙이자면, 건물 중개이다 보니 단위가 커서 저 말을 통해 받게 된 수수료가 3천만 원이었다.
애초에는 포기하려고 생각한 일이었는데, 말 한마디로 3천만 원을 번 셈이다.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인생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질문해서 최대한 정보를 얻어라.
그러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그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상대에게 좋은 것들을 찾아서 보여주면 거부할 수 없는 설득의 힘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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